졸혼.  결혼을 졸업하다.


일본을 시작으로 졸혼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부부가 헤어지는 이혼, 사별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와는 또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졸혼은 기존 한국사회의 결혼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낮추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여전히 논쟁이 뜨거운데요.


서로 사랑이 식거나 감정이 상해 헤어지는 경우


혹은 배우자가 사망하는 경우



부부가 갈라서는 기존의 상황들은 더이상 만나고 싶지도, 혹은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되어왔습니다.


돈, 이성, 폭력 등의 이유로 소위 정나미가 떨어져 이혼하는 부부는 더이상 쉬쉬하며 터부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우리주변에서 이혼을 선택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경우가 꽤 많은 비율로 나타난다는 것은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양의 그것을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90년대부터 갑자기 변한 이성문제와 개방적인 성문화, 그리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들이 한국사회에서 안좋게 비쳐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저같은 경우 남녀평등과 보다 발전된 형태의 삶을 찾아가는 과도기로 생각하며 나름대로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부부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아닌 남편과 부인이 만나는 형태였습니다.

-시대에 따라 그 역할이 조금씩 변했긴 하지만-

여성은 부인, 그리고 어머니로써 가정에 충실하면서 희생하는 역할을 맡아왔고, 남성은 남편, 가장, 그리고 아버지로써 돈을 벌어오며 상대적으로 힘과 권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여성의 권위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과거와는 반대로 남편의 권위가 작아졌다고 하소연하는 남성들도 있으나, 어찌되었건 부부는 곧 남편 그리고 부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란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자.


그런데 일본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부부관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졸혼이라는 형태를 유지하는 부부들인데요.

"결혼을 졸업한다." 라는 의미를 가진 졸혼부부들은 서로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형태를 보입니다.


한 사람의 아내 혹은 남편으로써가 아닌,  본인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졸혼의 형태는 충분히 부부관계의 새로운 유형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간의 끈끈한 무엇. 이성간의 사랑을 뛰어넘는 가족애의 축소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그들의 의견 또한 일리가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론 한 인격체로써 스스로의 만족을 상호존중을 전제로 만들어가는 형태가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유형의 가족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지난 5월 한 결혼전문업체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졸혼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57%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이는 한국이 오랫동안 지켜왔던 유교적 가족관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니, 가족관뿐만이 아닌 유교문화 자체가 전반적으로 많이 변하고 있다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듯 하네요.


졸혼은 단어가 주는 어감과는 다르게

서로 부부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으로써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싫거나 잘 맞지도 않는데 억지로 같이 먹고, 자고 하기 보다는 서로 정(이를 사랑이라고 봐야할 지, 정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이 있는 상태에서 각자의 사생활에 조금 더 치중하는 것이죠.


물론, 이혼, 불륜 혹은 자녀들의 반발 등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문제들은 기존의 결혼생활에서도 충분히 일어날수.. 아니 일어나고 있는 약간의 부작용일 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원하는 취미를 가지며, 지인들도 편하게 만나면서 배우자와는 친한 친구같은 관계로 지내는 졸혼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인간 본연의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보다 발전된 형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정을 지켜야 한다"라는 것이 사실 고정관념일지도 모르는 것이죠.

또 그 고정관념때문에 수많은 남편 그리고 아내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도 수세기동안 보아왔구요.(여성들의 경우 얼마전까지 일방적으로 수동적 삶을 살아왔습니다.)


글쎄요.


아직 졸혼이라는 형태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엔 한국사회가 가진 유교적 특수성이 너무 높지 않은가 하는 생각은 합니다만,


울기만해도 "집안이 망한다." 라는 소리를 들어왔던 여성들의 권위가 남성들과 동등해지기 시작했듯,

동네창피해서 쉬쉬하던 이혼이 이제는 흠이 되지도 않게 되었듯,

언젠가 졸혼 혹은 보다 발전된 형태의 결혼관이 보편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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