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4대 왕인 탈해왕은 62세가 넘어가도록 자식복이 없어 늘 밤마다 근심으로 밤을 지샜다고 합니다. 

어느 봄날 역시 마찬가지로 만개한 꽃들과 지저귀는 새들, 그리고 벌과 나비들마저 짝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는 모습은 

이를 지켜보는 탈해왕의 심사를 더욱 더 우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저런 하찮은 미물들도 모두 자식을 낳는 법이거늘..."

이사금(당시 신라 왕의 호칭)이라는 자리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절대자의 위치에 있음에도, 정작 대를 이을 자식하나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매일 밤을 고민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왕의 귀에 어디에선가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렸고, 처음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잠자리로 들려던 왕은 곧 정신을 차리며 벌떡 일어났습니다.

궁궐 안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경비가 삼엄한 자신의 처소까지 닭의 울음소리가 들릴 일이 없거니와 실제로 이전까지 단 한번도 닭이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점점 또렷하고 강하게 들리는 이 소리를 기이하게 여긴 탈해왕은 바로 병사들을 풀어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근원지를 찾으라 명하였고,

이사금의 명령을 받은 장수와 군병들이 궁궐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이 소리를 찾아 한참을 다니다보니, 금성의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소나무 숲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한밤중임을 잊어버릴 정도로 그 소나무 숲은 환하게 빛이 들고 있었으며, 계속해서 힘찬 닭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사방에서 한 곳을 향해 빛이 향하고 있었습니다.

장수가 조심스럽게 그곳을 향하니, 빛이 비치는 곳에는 적당한 크기의 한그루 소나무가 있었고, 그 가지 끝에 금빛을 띈 궤짝이 매달려 있었으며, 그 아래 하얀 닭과 백마가 얌전하게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그 궤짝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사내 갓난아기가 장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김알지 탄생을 그린 금궤도)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 울기는 커녕 오히려 방긋 웃고 있는 아이를 정성스럽게 안은 장수는 그 길로 바로 왕에게 돌아가 보고하였고, 

탈해왕은 한걸음에 다가와 아이를 전해받으며, 

"하늘이 이 늙은이를 가엽게 여겨 자식을 선물해 주셨구나!" 라고 외치고는 금짝에서 나왔다고 하여 '김씨'라는 성을 붙여주고, 당시 아기를 취음으로 풀은 '알지'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또한 원래 시림이라고 불리던 금성 서쪽의 소나무 숲은 닭 계(鷄)자를 사용하여 '계림'이라 바꾸어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경주김씨의 시조로 알려진 김 알지라고 전해지는데요.


한편,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의 탄생설화에 의하면, 알에서 처음 깨어나와서 '알지거석간'이라고 외치었다고 하는데, 이 때 '알지'라는 말은 농업의 신, 혹은 담당자를 의미한다고 보기도 하며,

'지'라는 단어는 존장자를 높여부르던 호칭이기에 '알지'가 특정 사람의 이름이 아닌 김씨 부족의 족장을 지칭한다고 보기도 합니다.

어찌되었건, 이 설화는 석씨의 시조인 탈해왕의 뒤를 이어 신라의 왕위계승에서 경주 김씨가 등장하게 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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