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어떠한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기억나십니까?

지금에 와서야 아주 간단하고 당연하게 여겨졌던 업무가 당시에는 왜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고,

왜 그것을 해야하는지 몰라서 두려움과 초조함에 시달렸을 겁니다.

신입사원으로써 무지함과 잘못된 선택으로 몇몇 실수를 저지르면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위에서 하던 대로 해."

"그게 다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야~"

"선배들도 다 너처럼 생각했었고, 그걸 종합한 게 지금의 방식인데 왜 너는 그걸 안 믿니?"


저 역시도 살아오면서 그간 일을 하면서, 늘 들어오던 말입니다.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할때면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 궁금했었고,

어떻게? 해야 더 효과적으로 할지 고민했었고,

언제? 해야 적절한지 생각했었습니다.


뭐... 당연스럽게도 대부분의 경우 선임자들의 조언과 꾸중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이상 묻지 않고, 가르쳐준 그대로 업무를 하게 되었고 정해진 메뉴얼대로 마치, 기계라도 된 마냥 적당히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며 그저그런 평범한 날이 반복되었죠.

그런데

작년 사우디에 있을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어쩌다보니 현장의 실무진들이 모두 비전문인으로 꾸려지게 되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 업무에 대해서만큼은 누가 가르쳐주거나 혹은 질책할 일이 별로 없었던 것이죠.


간간히 오래 계신 분들께 여쭈어 보면서 여러가지 노하우를 배우면서도 머릿속엔 늘 "왜 이렇게 해야할까? 왜 이렇게 해왔던 거지? 내가 모르는 부분이 뭘까?"

라고 생각을 하면서 계속 나름대로 연구하고 나은 방향을 찾으려고 했었습니다.

몸은 조금 힘들었고, 나름 고생을 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가장 '열심히' 스스로 일을 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네요.

(뭐... 선교사놈 장난질에 도저히 못있겠어서 귀국하긴했지만요..)


그 이후 저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경험과 노하우, 매뉴얼 역시 수많은 선임자들의 실수와 의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이죠.

그러한 것들이 모여서 조금씩 효율적으로 변하게 되어 지금의 업무형태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시대가 변하고 업무환경과 인재풀 등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최대효율성과 합리성으로 대변되던 매뉴얼, 노하우는 조금씩 개선되야 될 것으로 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원숭이 무리에 바나나를 매달아 놓고는,  바나나에 손을 댈 때마다 위에서 물벼락이 떨어져 원숭이들이 바나나를 따먹지 못하게 했다는 실험 다들 들어보셨죠?

저는 '화난 원숭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라는 책에서 이 이야기를 접했었는데요.

기존에 바나나를 따려다 물벼락을 맞은 원숭이 무리에서는 더 이상 먹지도 못하는 천장의 바나나를 따기 위해 물벼락을 맞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물벼락장치를 제거하고, 새로운 원숭이들이 들어왔음에도 기존 원숭이들이 새로운 원숭이들에게 '저 바나나는 먹지 못하는 것이고 물벼락이 떨어지니 절대 건들이지 말라' 라고 교육을 시켰다면 이때부터는 합리적이었던 결정이 오래되고 바뀌어야될 낡은 관습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을테죠.

만약 새로운 원숭이들이 기존무리들의 말에 의문을 품으며 천장의 바나나를 따기위한 시도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변화와 혁신은 무지와 의문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수십년간의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한 분야의 장인은 절대 발견할 수 없는 것을, 이제 막 그 일을 시작하는 생초보가 '불편해하며, 궁금해하며' 의문을 가지다보면 엄청난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테죠.


경험과 오랜 전통을 감히,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신입보다 낮게 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진 방식속에 사는 선임자의에게는 당연한 업무처리방식들이 신입들의 눈엔 아주 작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의문점이 드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의문에서부터 한단계 발전된 미래의 노하우가 나온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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