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이유는?


서울에 올라온지 3일째..

아버지가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수구꼴통, 콘크리트노인네, 돈에 나라를 팔아먹는 꼰대 들이라 불리는 

태극기집회에 관한 이야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적어보기 전에 우선은 저희 집안 배경에 대해 조금 알려드려야 이해가 더 수월할 듯 하여, 먼저 적어볼까 합니다.

  북한 빨갱이가 너무 싫은 사람들..


저희 아버지는 민증나이로 47년 2월생. 실제로는 46년생이십니다.

6.25 전쟁 당시 이북에서 당시 포목점을 하시며 꽤 부자셨던 친할아버지께서 어린 아버지만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가끔씩 아버지와 술 한잔 하며 옛이야기가 나올 때면 늘 하시는 말씀이 있으신데요.

"XX아. 내가 어렸을 때부터, 니 할아버지가 늘 습관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다.

"이북놈들 내려오면 그냥 바로 쥐약 먹고 죽어라".  "걔들 밑에서 사람답게 못산다."

오죽 했으면 니 할아버지가 자식인 나한테 쥐약먹고 죽어버리라는 말을 하겠니?"

저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이야 사실 공감가기 힘든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핏덩이시절 6.25를 겪고, 전후의 참담함을 보고 자라신 아버지에게 북한은 고향땅이기도 하지만,

아주 무섭고, 잔인하고 꼭 없애버려야할 존재들이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북한은 우리동포라기 보단 전쟁이 나면 죽창을 들고 찔러죽여야 할 '적'들이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조금 과한 생각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어릴적부터 많이 듣다 보니 그 적대감이 커진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당연스럽게 수구꼴통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열혈신도이신 아버지 밑에서 저도 보수적인 정치관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도 진보세력들의 주장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아버지. 태극기 집회에 다녀오다.


오늘 저녁을 먹으며 우연히, 아버지께서 얼마전 태극기 집회에 다녀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종북세력들에게 속아서 탄핵을 한 후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삼아 나라를 북한에 넘길려는 의도에 속고 있다.-

이 것이 아버지로 대표되는 노인세대들의 생각인 듯 합니다.

지금 언론은 태극기집회를 마치 틀린 것으로 규명하고 돈을 받고 참가한다는 등 깍아내리기만 하고 있으며, 촛불시위는 종북세력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들 중 하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분명히 잘못(실수라고 표현하시네요.)은 했지만, 

사실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누가 대통령이 되도 큰 영향은 없겠지만,

문재인이 되면 안된다. 종북세력이 되면 안된다.

어떻게 힘들게 우리 국민들이 만든 나란데.... 이렇게 빨갱이들한테 넘어가게 할 수 없다.

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일부 고개가 끄덕거리게 되는 내용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내용도 있습니다.

이는 사람마다 겪어온 환경, 배워온 교육,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다 다를 것입니다.

친구분들의 권유로 처음 참가하여, 가슴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왔다는 아버지는 아마

다음 집회에도 참여하실 것으로 보여집니다.


  공감은 가지 않지만 이해는 간다.


당연하게도 아버지로 대표되는 그들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가지는 않습니다.

제 가치관으로는 틀렸고, 잘못 생각하고 있고, 시대가 변한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해는 갑니다.

고향에서 포목점으로 큰 부자이셨던 할아버지의 손에 들려 내려오며 온 재산을 버릴 수 밖에 없었고,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그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에게 북한은 언제든 우리에게 쳐들어올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이고, 핵을 쏠 수 있는 테러집단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한, 혹은 저보다 어린 분들에겐 그냥 역사책에 나오는 한 줄이겠지만,

어르신들에게는 KAL기 폭파사건. 강릉무장공비사건.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등의 북한의 만행들은 실제 피부로 와닿는 공포와 위협이었고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서해교전, 연평도, 그리고 최근의 김정남사건 까지를 보며,

'역시 빨갱이들은 바뀌질 않어. 걔네들은 언제고 뒷통수 칠 수 있는 것들이야' 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과거속에 사는 사람들


맛있는 돼지갈비를 먹으며 나눈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와 저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북한의 힘을 보는 관점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젊은 객기인지는 몰라도, 저는 

전쟁이 나도 무조건 이길 수 있고, 그들이 한국을 혼란하게 할 순 있지만 전복시킬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십만의 북한군인들 역시, 우리군과 마찬가지로 삽질하고 허송세월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이미 체급차이, 전투력차이가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종북세력, 간첩들이 아무리 개지랄 발광을 떨어도 나라를 조금 시끄럽게 하거나, 친북적인 성향을 조금 높일 수는 있을 지 언정,

북한은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힘도 생각도 없다고 보고 있거든요.

(뭐..한국이 공산주의가 되는 걸 주변국들이 보고만 있을 것도 아니고 말이죠)


하지만 아버지와 주변분들은 아닌가 봅니다.

종북세력이 집권하면 남한 사람들 다 몰살시키고, 과거 6.25 전후처럼 온 나라가 파괴될 것을 두려워 하시는 듯 합니다.

참.... 어찌보면 안타깝습니다.

시대가 바뀌어 힘의 균형이 깨진 것이 오래이고, 남북한의 문제는 우리 국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강대국들의 각종 이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인데,

이를 단순히 북한의 야욕이라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들을 두려워하는 것 말이죠.

만약 싸우게 되면 한대 맞고, 100대는 쳐 팰 수 있는 상대를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달까요?

  그들 역시 이해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저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지지자로 대변되는 기성세대들의 잘못과 착각을 맞서고,비판하고, 바꾸려는 것은 좋지만 그런 노인세대들의 잘못되고 어리석은 생각들 역시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지난 포스팅에서 충분히 심사숙고한 한 표와, 뒷돈받은 검은 한 표, 그리고 장난처럼 아무나 직은 한 표의 가치가 모두 똑같다 라고 하기도 했었구요.

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서로 가진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나와 다를 수 있다. 라는 것 말이죠.

저는 분명히 박근혜대통령은 좌우진영을 떠나 나라에 해를 끼쳤고, 이는 충분히 탄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주장대로

-최순실사건은 박근혜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종북세력의 수작이며, 박근혜가 사람을 잘못 믿은 실수는 있지만 지금 너무 공작당하고 있다.-

라는 소설같은 주장도 존중합니다. 뭐 그렇게 볼 수 있는 거죠. 그게 민주주의 아니겠어요?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선택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 입니다.

  또 누군가는 웃고 있겠네.... 지들끼리 싸운다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젊은 세대. 그리고 네티즌들은 태극기집회참가자들을 욕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촛불시위참가자들과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욕하고 있구요.

저는 나라가 반쪽으로 나뉜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누군가 유도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최순실에 대한 분노는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가치관에서 나온것이 아니었습니다.

좌우진영을 떠나 나라의 공무를 최순실에게 다 처리하게 하는 등

나라와 국민보다는 자기 옆의 한 사람을 위한 대통령이었다는 것.

그것이 머나먼 네팔땅에서도 탄핵시위가 일어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찌발!!!!C8!!!!!

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진보는 빨갱이가 되고,  보수는 수구꼴통이 되어서 싸우고 있네요.

뻔히 눈에 보입니다.  

도둑놈이면 그냥 도둑놈이지, 

무슨 경상도 도둑인지 전라도 도둑인지가 뭐가 중요할까요?

잘잘못이 분명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또다시 좌우프레임으로 몰고가는데 성공한 누군가들..

어르신들의 조금은 엇나간 애국심을 보며, 웃고 있을 생각을 하니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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