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7년 12월부로 그만두었습니다. 

8월경 추모관운영이 힘들다는 연락에 추모관과 함께 운영되는 절의 신도였던 어머니의 부탁에 경주까지 내려가 아무것도 모르지만 열심히 업무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애초에 저의 어머니가 돈을 뜯기 위해, 그리고 아들인 저는 추모관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작 구린 돈을 만들고 해먹은 건 제 어머니가 아니라 스님과 시봉자, 그리고 몇몇 사람들인데 말이죠. 

블로그 글을 보고 쪽지로 가격문의 등을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더이상 저곳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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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가 지내고 있는 현광사 아래에 위치한 법화세계추모관은 영남권 납골당 중에서는 꽤나 큰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고 있는 곳입니다.

경주 남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경주 뿐 아니라 포항, 울산, 심지어 부산과 대구 등 경상도 전역에서 많이들 찾아오고 계십니다.

신성하고도 안타까운 인연들을 필연적으로 접해야만 하는 추모공원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마치 도심 속 여느 공원들처럼, 유가족분들을 편안하게 맞이하는 경주 내남면의 법화세계추모관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남산을 지나가는 노곡리의 차도를 따라 올라오다보면 큰 돌표지판에 실상연화종 현광사, 법화세계추모관이라는 이정표가 나와있어 쉽게 찾아오실 수 있습니다.

현광사와 추모공원으로 나뉘어지는 갈림길에는 하늘에서 찍은 조감도로 표지판이 있는데요.

현광사 좌측의 황금빛 부처님상은 산 아래에서도 보여 길눈이 어려운 분들도 쉽게 찾아오게 안내를 해주기도 합니다.

자연이 푸르른, 세속과는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산속에 위치하고 있지만 영남권 어디에서나 1시간 이내의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도로가 경주를 가르지르는 도로시설이 잘 되어있어 누구나 편하게 찾아올 수 있습니다.

또한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 506, 508번 버스가 입구 앞을 지나다녀 대중교통으로도 방문해주시기도 하는데요.



추모관이라는 글자만 빼면 시설좋은 경주의 큰 공원시설로 착각할만큼 깔끔한 이 곳의 풍경은 최근 매일같이 보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게 만드는 마법의 가루가 있는 듯 합니다.

가족이나 지인분들이 안치되어 있는 고인을 만나기 전후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많은 유가족들분께서 알록달록한 파라솔에 앉아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2~30분씩 앉아서 담소를 나누다 가는 곳이죠.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흔들의자도 있어 어린 아이들은 계속 의자에 앉아서 신나하는 소리가 옆에 사무실까지 늘 들리곤 한답니다.

평소에도 언제나 이용 가능하지만 비, 더위 등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파라솔테이블을 이용하기가 불편하여 바로 옆에 마련된 쉼터에서 시원한 에어컨바람과 TV를 보시며 유가족분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다 가시는데요.

사실 서울에서 지낼 때, 친구부모님 몇분께서 돌아가시어 화장과 납골당까지 몇 번 함께 갔던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엔 엄숙하고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용시설 자체도 왜인지 어렵게 느껴지던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와서 법화세계추모관을 접하다보니 계속 언급했듯 동네 공원에 바람쐬러 나온 것처럼, 머리도 식히고 저 멀리 하늘색 하늘도 보며 편안한 느낌마저 받곤 합니다. 물론, 익숙해져서 그런 면도 없진 않겠습니다만..

현광사로 올라가는 계단 우측으로 모셔져 있는 가족묘는 언제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오는 사진명당이기도 합니다.

가끔씩 온 가족이 함께 옆 공터에 자리잡고 고인분들께 인사를 드리며 마치 소풍온 듯 지내다 가시는 모습을 보면 나중에 저희집도 저렇게 함께 모셔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깔끔한 외관은 멀리서 보아도 경주 특유의 한옥의 느낌을 고스란히 풍겨주면서도 고급스러운 향기를 품어내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늘 주위를 살피시는 관리자분들의 노력으로 언제나 깨끗한 곳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정면에 보이는 지장전에는 봉안재를 비롯하여 유가족분들이 언제든 오셔서 고인의 넋을 기리며 한껏 슬픔을 덜어내고 가실 수 있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장전에는 늘 많은 유가족분들이 준비해주신 공양미와 향, 초들이 올려져 있는데요.

아침마다 지장보살님 앞의 천수를 새로 갈아드리며, 깔끔하게 청소하면서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관리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합니다.

지장전을 기준으로 좌우로 많은 분들이 모셔져 있는 납골당 내부는 첫 생각과는 다르게 어둡다거나 경건한 느낌을 주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깔끔하고 밝은 느낌마저 주기에 원래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빨리 털어버릴 수 있었죠.

대부분의 일반 안치단은 개인단과 부부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상단부터 정중앙의 로얄층까지 가격대가 판이한데요.

소위 로얄석으로 불리는 눈높이대의 안치단은 이미 예약이 많이 차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경주의 큰 사찰과 함께 붙어있는 곳이다보니 일부는 " 불교 추모관이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현광사와는 재단법인으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 2층에는 기독교와 천주교인들을 위한 독립된 공간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거부감을 줄여들이기 위해 타종교의 고인분들이 안치되는 날에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지장전을 가려드리는 등의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단과 VIP 단은 언제 보아도 고급스러워보이는 곳입니다.

특히 2층 중앙에 위치한 VIP단은 놀라운 가격대로 이루어져 있기에 관리에 더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공간입니다.

소위 명당자리라고 불리며 경주를 포함한 영남권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법화세계 추모관을 둘러보다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제 막 죽음을 맞이하여 한숨의 재가 된 고인과 검은색 상복을 입고 슬픔에 젖어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을 볼 때면 삶과 죽음, 그리고 현재 92세의 연세에 치매를 앓고 계신 외할머니와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들고,

또 익숙해졌다는 듯 정말 해맑은 표정과 미소로 돌아가신 분을 뵙고 사무실과 휴게공간에 들려 다과와 이야기를 즐기다 가시는 분들을 볼 때면, 뜻깊은 일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추모공원은 어쩌면 삶과 죽음이라는 숭고하면서도 특별한 주제를 다루며 죽음을 맞이한 자에겐 작은 편안함을, 죽음을 지켜본 자에겐 위안을 주어야하는 공간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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