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경주 내남면에 있는 현광사라는 절에 내려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가끔 시내에 나가 술도 한잔하며 이런저런 음식들을 맛보곤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다르게 딱히 경주만의 특색있는 음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더군요.
관광객들이 자주 다니는 경주시내나 시외버스터미널, 혹은 동천동 같은 곳보다는 절에서 함께 지내는 보살님들 혹은 큰스님과 함께 인근의 일반 식당에서 먹는 음식들이 더욱 맛있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최근 정말 혜자식당으로 추천드리고 싶은 칼국수집이 있어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경주에서도 남산이 있는 포석정, 혹은 삼릉길 끝자락인 내남면에 위치하고 있어 자가용이나 택시로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저희는 현광사 절에서 시내로 나가는 가까운 길가에 있어 가끔 들리는 곳입니다.
작은 시골의 평범한 식당 어쩌면 간판이 없으면 식당인지도 모를 곳이라, 사실 젊은 저 혼자서 음식점을 찾아 나왔었다면 방문하지 않았을 곳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맨 처음 보살님들께서 맛있다고 같이 가자고 한 뒤로는 몇 번이고 가끔 들려 맛있는 쑥칼국수를 먹고 오는 경주단골식당이 되어버렸습니다.
내남면에서 서라벌골프클럽으로 가는 길 작은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딱봐도 여느 조용한 시골길같은 작은 내남면 인근의 길은 가끔씩 해가 꺼져가는 저녁이 되면 조용히 운전하고 싶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브라운관 TV와 시골 특유의 낡지만 깊은 손맛이 느껴질 것만 같은 제일 손칼국수집은 "사모님께서 정말 장사를 잘하신다~" 라고 느껴질 정도로 긍정적이시고 인심이 후하십니다.
가격표를 보시면 답이 나오죠?
칼국수 5천원이라는 '엄청' 저렴한 가격이야 뭐 사실 어느 시골마을마다 가격이 싼 식당들은 있기 마련입니다만,
많지는 않지만 정성껏 성의있는 기본 상차림만으로도 이 곳이 어떤 마인드로 운영이 되는 식당인지 알 수 있기 충분합니다.
오이고추된장무침(정확한 이름을 모르겠군요;;)과 상추간장절임(이것 역시...)에는 참기름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있어 고소한 향이 확~ 풍겨나오고, 도토리묵과 김치 역시 그 맛이 참 좋더군요.
드디어 나온 5천원짜리 쑥칼국수입니다.
시원한 멸치국물에 호박과 감자, 양파 등의 기본적인 재료가 들어간 특별할 것 없는 칼국수이지만, 쑥 특유의 씁쓸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면발에 녹아있어 굵은 면발을 한입 후루룩 들이킬 때마다 입안에 쑥향이 퍼집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양에 엄청난 먹성을 지닌 저로써도 한그릇 먹으면 배가 터질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인심 좋으신 사모님께서 젊은 남성들은 더욱 많이 주시고, 또 서비스로 한그릇을 주시기도 하십니다.
(이날 총 5명이 갔는데 6그릇을 주셨다니까요 글쎄...)
제가 만약 따로 방을 잡고 있어서 술을 마신 다음날이라면 개운하게 해장으로도 제격일 것 같은 제일 쑥칼국수는 정말 서울에도 이런 가격과 량에 판매한다면 분명히 줄서서 먹는 유명 맛집이 되었을 거라 확신합니다.
시골 특유의 넉넉한 인심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부담없이 개운하게 먹을 수 있는 쑥의 향이 퍼지는 그 맛을 잡은 이 곳은 경주시내 평범한 식당들에 지친 방문객들에게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어지는군요.
참고로, 얼마전 경주로 놀러온 제 친구녀석도 처음엔 '뭐 이런데를 가냐?' 라고 했지만 음식을 먹어보고는 정말 최고라며 체인점 내고 싶다고까지 극찬을 하며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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