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내려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우연히 처음 방문한 경주 동천동의 너구리라는 술집은 어느새 저에게 경주최고의 술집으로 자리잡았습니다.

9월초 친구녀석이 경주에 여행으로 내려왔을 때도 이 곳을 방문해 함께 짜그리를 먹었고, 이번주 목요일도 함께 일하는 대리님과 함께 방문해 소주 한잔 먹는 등 

나중에 제가 서울에서 술집을 차리게 된다면 반드시 짜그리를 메뉴로 넣어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서울 촌놈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입니다.

30년 원조 라는 너구리는 국내산 한우만을 취급한다고 하는데요.

적당한 가게사이즈에 주방도 한눈에 볼 수 있어 신뢰감이 더욱 쌓입니다.

그동안은 짜그리만 먹었다가 오늘 처음으로 뭉티기까지 시켰는데요.

사장님께 뭉티기가 뭐냐고 묻자, 잘 설명을 해주셨는데 뭐.. 제가 서울에서 가끔 즐기던 육사시미를 이곳에서는 뭉티기라고 부르는 합니다.

이곳 너구리 뿐만 아니라 동천동 인근의 술집에서는 기본안주가 꽤 괜찮게 나오는 듯 합니다.

고구마와 포도, 참외 등 과일이 한개씩은 나오는 것을 보고 처음 경주 동천동에서 술을 마시면서 과일이 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었죠.

기본세팅으로 나오는 포도와 팝콘, 고구마와 오이 등으로도 충분히 소주 한잔 건배하기 충분합니다.

현재 절에서 생활하는 만큼 서울에서처럼 언제든 술을 마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한모금 한모금 들이킬때마다 그 달달하고 쎄한 맛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곳의 조명 자체가 붉은 색이라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되지만, 싱싱한 한우 육사시미, 즉 뭉티기는 육회보다는 조금 더 쫀득하달까요?

육회를 말린 것이 육포라면, 그 중간즈음 되어 보입니다.

육회보다는 잔 기름기가 없이 다른 자극적인 양념이 없어 쫀득하고 고소한 한우 본연의 맛을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느낄 수 있는데요.

육회도 좋아하지만 깊은 고소함을 느끼는데는 역시 육사시미가 최고인 듯 합니다.

기름장에 잘 묵은 된장을 풀어 만든 양념장에 뭉티기 한 조각과 시큼한 나물절임을 하나 올려 싸서 한입 넣어 꼭꼭 씹으니, 뭐 말할 것도 없이 어서 소주를 넣으라고 신호를 보내오는 듯 합니다.

잠시후, 제가 제 주변지인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짜그리가 나옵니다.

일반적인 김치찌개에 국물이 조금 덜하고, 한우 양지머리와 도가니, 연골 부분이 들어가 있는 짜그리는 강원도지역의 음식이라고 하더군요.



한우고기, 그것도 일반 살코기가 아닌 물렁한 연골등이 많이 들어가 있다보니 보기엔 김치찌개와 흡사해보여도 그 국물 맛은 감히 비할바가 아닙니다.

일반 김치찌개의 시큼한 맛에 한우 연골 등의 고기의 기름이 국물에 배여있다고 할까요?

말로 표현을 잘 못하겠지만, 정말 드셔보신 분들은 왜 제가 짜그리를 이렇게 칭송하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큼지막하게 썰어넣은 양파와 대파 그리고 버섯종류와 꽤 많은 량이 들어있는 고기에 듬뿍 친 고춧가루양념은 공깃밥이랑 먹는 식사로도,  술과 함께 먹는 술안주로도 최고입니다.

한우가 들어간 음식이다보니,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2~3만원대의 짜그리는 다른 탕종류의 술안주들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편은 절대 아니며,

육사시미의 시장가격을 고려하면 뭉티기 역시 많이 비싼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깃밥하나를 추가하여 싹싹 비벼먹은 흔적입니다.

글쎄요.

사실 서울에서 매일같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다 경주로 내려와 다소 심심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계속해서 감탄속에 먹고 있는 경주의 짜그리 맛은 서울에 올라가서도 그리워할 것 같네요.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