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항로 조조의 패업을 묻다.

동아시아에서 삼국지만큼 가장 많이 알려지고 재해석되는 책이 있을까요?

어제부터 정주행하며 다시 보고 있는 만화책 '창천항로'는 기존의 삼국지를 다룬 작품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위나라의 기틀과 천하통일이라는 패업을 달성한 영웅 조조를 위한, 조조에 의한 시각이라고나 할까요?

철저히 그와 주변인들 위주로 끊임없는 미화와 찬양 심지어 절대자로까지 보일 정도로 그의 행적하나하나를 아름답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지요.

역사의 고증과 사실에 근거한 작품들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겐 다소 거북할 수는 있겠으나, 저처럼 위나라의 조조를 최고의 군주라고 생각하는 조조빠들에겐 더없이 좋은 만화일 것입니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순욱과 정욱, 가후, 곽가, 순유 등 당시 머리로 난세를 이끌었던 수많은 지략가들과 하후돈, 조인, 장료 등의 무장들이 모두 조조라는 거대한 한 사람의 머릿속의 장기말 패에 불과하다는 것인데요.

정사 혹은 연의와는 다소 다른 스토리 구조때문인지 몰라도, 작가 역시 조조가 최고다. 라는 사관에 잡혀 다른 난세의 영웅들을 모두 얕잡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령, 유비녀석은 늘상 도망만 다니는 인덕 '만'으로 살아남는 설정이라던지, 하북의 원소는 늘 조조에게 열등감 비스무레한 감정을 느끼곤 하죠.

다른 내용들은 아직 못보신 분들을 위해 발설하진 않겠습니다만, 사실과 조금 다르고 특정인에 대한 지나친 미화면 또 어떻습니까?

만화는 픽션만으로도 재미를 전달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좋은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로 꼽는 것은, 흔하디 흔한 착하고 덕 많은 유비가 찌질남으로 등장해서도 아니고, 역사를 재해석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창천항로라는 작품 그 자체로, 뛰어난 완성도와 깊은 몰입감을 가지게 만드는 흡입력은 역사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또다른 희대의 명작, 킹덤처럼 말이죠.

죽고 죽이고 뺏고 빼앗기는 난세의 시대. 지금의 가치관으로 선과 악을 나누는 것이 아닌 삼국지 시대 

당시의 호걸들의 주와 요를 생각하며 본다면, 초반부의 동탁, 그리고 주인공 조조야 말로 세,네수는 앞서있는 깨어있는 차세대 리더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면서, 

내시의 손자에서 중국대륙의 패자로 그 멀고 험한 패업의 길을 달성한 (약간은 미화된)조조라는 주인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소 선정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분들에게 꼭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은 만화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