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경주 현광사 법화세계추모관에 내려온지도 벌써 2달이 넘었습니다.
장례문화에 대해 아예 모르던 제가 조금씩 고인을 모시는 법에 대해 배워가다보니,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네요.
경주 현광사에서는 많은 유가족분들이 매년 고인을 모시는 기제사를 신청해주시는데요.
기제사란 소위 제사와 그 뜻이 동일합니다.
추석이나 구정때 집안의 조상님들을 모두 한꺼번에 모시는 차례와는 달리, 돌아가신 분께서 하루를 온건하게 보내신 마지막 날날,
즉,
돌아가신 날의 하루 전날을 기일로 잡아 가정이나 평소 다니던 사찰 등에서 유가족이 모여 고인께 인사를 드리는 일종의 추모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 주희가 쓴 [가례]에서 기제사의 개념이 드러난 이후, 점점 그 생활방식이나 종교, 현실적인 여건, 지역특색등의 이유로 조금씩 상차림과 행사순서는 변화가 있으며,
현재에 들어선 차례와 동일하게 기제사상차림 역시 기본적인 몇 가지 전통적인 방식을 제외하고는 각 유족들의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 반영이 되는데요.
지금까지 전해져내려오는 제사상 상차림의 법칙은,
음식의 갯수는 홀수여야 하며, 귀신을 내쫒는다는 복숭아, 마늘,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삼가해야합니다.
또한 홍동백서라 하여, 붉은 음식을 동쪽에, 흰색계열음식을 서쪽에 놓지만, 붉은 대추만은 서쪽 맨 첫번째에 놓아야 합니다.
유족입장에서 맨 첫번째는 서쪽(좌측)부터 대추, 밤, 곶감, 배순서로 놓아야 합니다.
제사를 준비하는 음식에 따라 밥, 국, 떡국 등의 식사계열은 고인을 모신 위패의 바로 앞에(1열),
반찬거리(각종 전, 부침, 생선, 고기류)는 2열,
3열에는 각종탕을, 4열에는 도라지등의 나물과 포 등을,
마지막으로 5열에는 위에서 언급한 후식류(대추, 밤, 배, 곶감을 포함한 과일, 약과류 등)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고인분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각종 음식들을 배열에 맞춰 피자나, 치킨 등의 어울리지 않는 음식들까지도 제사상에 올라갈 정도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과거부터 내려오는 제례를 무시하는 것은 그 법도가 어긋나긴 하지만, 고인을 기리는 마음으로, 혹은 현재의 형편에 맞추어 색다른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간혹 기일이 되면 방문해주시는 유족분들께서 극락전에서 기제사를 지내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절이다보니 그 행색을 제대로 갖추되 과하지 않은 상차림과 돌아가신 분을 모시어 유족분들의 슬픔과 또 아이러니하게도 고인이 되어서나마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하나의 행사를 바라보며,
속세에 남은 가족, 친지들이 정성스럽게 장만한 음식을 맛있게 드시며, 환한 웃음을 짓고 계실 고인분의 미소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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