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은평구에서 망우리까지 서울의 끝과 끝을 다녀온 이유는 고등학교 2학년때 같은 반 친구녀석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고보니 저에게 18살 2학년 3반 시절은 꽤 좋은 추억이 많이 있는 편입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아마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모두 그럴거라고 생각되네요.
유독 단합이 잘되고 다함께 어울렸던 우리반은 담임선생님 마저도 함께 잘 지냈고, 그래서인지 수능이 끝나고 담임선생님을 포함하여 2~30여명 거의 반인원 전체가 응암동 감자탕집에서 모여 술마시며 즐겁게 놀기도 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몇달에 한번씩 간간히 보며, 단체 톡방에서 시덥지않은 잡담을 하고 낄낄거리던 친구
지난 주 자기 결혼식 전에 한번 보자고해서 함께 술먹고 놀았을 때만 해도 여느 때와 다름이 없게 느껴졌는데, 오늘 식장에서 보니 이제 저보다 더 어른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결혼해서 벌써 아이까지 있는 또다른 친구녀석
와이프와 함께 애기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결혼에 대한 생각이 듭니다.
30대 초반. 어느덧 친구들 만나면, 결혼, 육아, 돈이야기를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술자리풍경 스무살 초반 세상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게 보였을 때가 어느덧 10여년이 지나 점점 흐려지는 옛 기억속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어야만 한다-
라는 어른들의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생활이 좋던지 그렇지 아니하던지의 여부를 떠나 그들은 제가 경험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저도 언젠가는 그 뒷길을 고스란히 밟으며 친구들의 발자취로 만들어진 인생의 또 한번의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겠지요.
불자인 저에게 인연이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옷깃 한번 스치기까지 억겁의 생동안 쌓은 인연이라는 말대로라면 연인에서 부부로, 또 내 자녀의 부모이자 인생의 반려자로 그 연을 맺는다는 것은 정말로 이루 말할 수 없는 대단한 것입니다.
어제 결혼식을 시작으로 가장으로써의 삶을 시작한 친구
곧 돌이 될 아이의 아버지로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친구
내년 하반기 식을 올릴 친구
그리고 오늘 술마시는 도중 여친한테 이별을 통보받은 친구 (웃프다 ㅠ.ㅠ)
마지막으로 솔로인생을 살고 있는 친구와 나
출발점은 다르지만 행복이라는 같은 길을 끝까지 걸어갔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