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즈음부터 외삼촌네서 모시고 있던 외할머니를 저희집에서 모시고 있습니다.

참...

93세 치매에 걸린 노인치고는 건강한 이유는

웃기게도, 

젊어서 몸에 좋은 것 다 먹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서 라고 할 정도로 괴짜셨던 외할머니였기 때문입니다.

참..이 양반을 보고 있자면 인생무상 새옹지마라는 옛말이 참 와닿습니다.

돈도 많았고, 아들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옛날 노인이기에

군시절 점호시간 전 짬을 내서 거는 통화에, 어머니께서 울면서 하소연 하시던 그 때를 생각하면

'이 노인네를 왜 우리가 모셔야 되나' 싶기도 하지만,

뭐 당사자인 어머니께서 기분좋게 본인의 엄마를 모시기로 결정하였으니

어찌보면 인생은 할머니처럼 사는게 제일 행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드네요.

생전 살림한번 안하시던 양반이, 

지금은 막 설겆이를 한다고 부엌을 오방난전으로 뒤집고 ㅎㅎ

저만 보면 돈을 줘야되는데, 돈이 없어 못준다고 하라고 하는 걸 보면

저와 어머니도 뼈있는 농담을 뱉곤 합니다.

"제정신일 땐 안하더니~" 라고 말이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서 옆 호실의 대성통곡을 듣던 할머니가

"밝은아침아. 살았을 때 잘해야지, 죽어서 울면 뭐하냐~ 짜장면이나 먹으러 갈까?"

하고 저와 함께 장례식장 인근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던 기억이 납니다 -ㅁ-;;

참.. 그렇게 대장이셨고, 정정하시고, 막무가내였던 양반이

아흔이 넘고 치매에 걸려, 철야기도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현관문을 몇시간 째 바라보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참.. 사람의 말년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내 어머니는 저렇게 되게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과

돌아가실 때까지 편하게 있다 가셔야지. 라는 생각

미움과 용서와 정이 공존한다는 것이 참. 미묘하네요.

저 역시도 몇십년후 그러하겠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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