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의 편의점 알바 후기


작년 12월 18일경부터 시작한 세븐일레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2월 28일자로 마무리지었습니다.

다시 해외에 나가는 문제로 아버지랑 의견충돌로 인하여 경기도 시흥 정왕동에서 자취하는 친구네 원룸방에 무작정 내려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뭐... 여기서 먹고 마실 술값이나 좀 벌지'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알바는 편의점이었는데요.

그동안 제가 벌던 월급에 비하면 1/3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자취방에서 가깝고, 또 동네 작은 규모의 매장이기에 일도 편할 것 같고, 또 새벽엔 시간도 많을 것 같아 큰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30대의 나이에 편의점 알바를 한다고 하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면접을 볼 당시 점장님마저도 '왜 취업을 안하고?' 라고 물으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하긴 뭐 제 개인사정을 모르니, 남들이 보기엔 취업못한 백수의 알바정도로 보였겠죠 ㅠ.ㅠ

(그동안의 포스팅에서도 이로 인해 문제가 몇번 있었던 것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럼 짧은 시간의 일이었지만, 10대후반~20대초반이 대부분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해

편의점 일에 대한 요령과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변인구의 흐름을 파악하라


인터넷에서 해당알바에 대한 글들을 보다보면 정말 힘들고 빡세게 일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제가 일했던 곳처럼 널널하고 편한 곳이 있습니다.

이는 24시간 운영되면서 접근성이 쉬운 편의점의 특성상 유동인구와 동네의 특성, 매장의 지리적 위치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인데요.

일은 힘들게 배워봐야 한다라고 생각을 하는 편이지만,

사실, 알바는 알바일뿐, 힘들고 내 열과 성을 다해 일해봐야 호구만 되는 곳이 대한민국이기에 조금은 편한 매장을 고르는 요령에 대해 알려드리자면,

우선 가장 중요한 건 유동인구와 생활인구가 최대한 적은 매장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제가 일했던 정왕동 지역(정왕시장쪽)은 그 목적자체가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외노자)을 집단으로 거주시키기 위한, 말 그대로 못사는 사람들을 위한 곳입니다.

보증금 3~500에 월세 2~30만원짜리 단칸방같은 곳에서 살면서 아침 6~7시경에 일을 나가 하루종일 육체노동을 하다가 밤 8~9시에 퇴근하여 맥주 한잔 하고 바로 취침에 드는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거주하는 동네입니다.

그러기에 밤 11시~새벽 6시까지는 손님도 거의 없고, 주변인근 상가도 다 불을 끈 암흑의 거리속에 혼자 덩그라니 편의점 간판불만 켜져있는 그런 매장이었는데요.

새벽손님이라고 해도,(인근에 유흥가가 있긴하지만 외곽지역이기 때문에) 술과 담배 정도만 판매되기 때문에 

(점장님 입장에서는 안좋겠지만) 알바입장에선 최고의 조건이었습니다. 뭐 어쩔 땐 2시간에 손님 한명 오기도 하고 했으니 말이죠.

반면, 정왕시장 혹은 정왕이마트 등 술과 유흥이 있는 곳은 바쁩니다. 바빠요. 힘들데요. 많이요.

편의점이라는 게 그 위치만 봐도 매출이 높을지 낮을지가 대충은 보여지기 때문에,

혹여 조금 더 편한 매장을 고르시기 위해선 내가 일할 시간에 유동인구가 적고, 규모가 작고, 혹은 주변에 다른 편의점이 많이 있는 그런 곳을 고르시는게 좋습니다.

  점장의 사람됨을 관찰하라


일을 하며 유일하게 나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존재

바로 점장님입니다.

일 자체가 쉽고 업무특성상 몇시간 동안 혼자 일을 하기에 모든 서비스직이 받는 감정적인 스트레스만 제외하면 전혀 힘들게 없는 알바가 바로 편돌이생활이긴 하지만,

개같은 점장을 만나,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들어가며 일을 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좋은 점장을 구별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실 면접만 봐도 대충 사이즈가 나오긴 합니다.)

:: 사실 장사가 잘 안되는 편의점들은 최저시급을 줄 수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제가 일하던 곳 역시 하루 매출 80~100만원대. 거기에 교통카드, 택배 등의 서비스판매와 본사에서 떼어가는 마진과 알바비를 계산하고 점장의 손에 쥐어지는 순이익은 몇십에서 끽해야 200일텐데요. (저희매장은 마이너스가 난다고 사모님이 하소연하시기도 ㅠㅠ)

뭐 그렇다고 할지라도, 나라에서 정한 최저시급을 안주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최저시급을 제대로 받기란 상당히 어려운게 또 편의점 알바입니다.


자.. 그럼 여기서 어떻게 점장님의 스타일을 판단하냐구요?

면접을 보면서 급여와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 점장이 나를 어떻게 부려먹을 건지를 슬쩍 흘리는데요.

최저시급도 안챙겨주고, 땜빵을 세우고 하는걸 당연히 여기는 식의 말투와 '요즘 알바들은~~ㅉㅉ' 하며 틀딱충들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면 그냥 하지마세요.

인터넷을 보니, 편의점 알바뽑으면서 이력서를 가져오라는 곳도 있더라구요 -_-(미친거죠..)

제가 2달반동안 일했던 이 곳을 선택했던 이유는 점장님부부가 좋으신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첫 면접때부터 폐기식품과 라면을 먹고가라고 하는 등 말투는 거칠지만 사람냄새나는 아저씨스타일인 사장님은

 '제발 일하면서 혹시 못나오게 되면 몇일 전에는 말해줘야 대타를 구하지 않겠냐.. 그런 기본적인 것만 지키고, 

한 시간에 한번씩만 매장 돌아보며 물건 빠진 것만 넣으면 되는데 그것도 안하니까 너무 화가 난다'며 과거 무개념 알바들에게 '당했던' 이야기를 하셨고 ㅎㅎ

'뭐 배고프고 하면 돈주고 사먹지 말고 그냥 찍고 영수증에 적어놓고, 자취한데메? 폐기음식 나오는거 있으면 싸가서 친구랑 챙겨먹고' 라고 챙겨주셨는데요.

기본적으로 점장과 직원을 떠나 '정' 이 있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기에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매장을 관리하시는 사모님 역시, 정산, 발주 등으로 오실 때마다 꼭 '먹을 건 있어? 폐기 없으면 라면에 햇반 같은 거라도 찍고 먹어. 굶지 말고' 라고 하십니다.

느낌 오시나요?

좋은 점장 나쁜 점장은,  정이 있고 알바를 자기 자식, 지인처럼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갑과 을의 관계이기에, 잘못하면 지적받고, 업무에 관해 지시받는건 당연한겁니다.)


  너는 짖어라. 나는 한 귀로 흘릴란다...


발!!!!!!!!!!!

찌발!!!!!!!!!!!!!!!!!!!!!!!!

찌바아아아아알!!!!!!!!!!!!!!!!!

편돌이, 편순이들의 최대 스트레스

바로 진상손님입니다.

사실 저야 뭐 나이도 있고, 성격 자체가 워낙 그런 쪽에 내성이 되어있기에, 진상들이 아무리 별의 별 짓을 해도 크게 상처받거나 화를 내지 않는 편인데요.

그런 저역시 가끔씩 '일 그만두고 저걸 그냥 확!!!!' 이라고 짜증이 몰려올 때가 있었습니다.

휴....

특히, 중국인과 조선족, 그리고 각종 동남아인들이 많고, 한국인들도 거의 공장다니는 분들이기에

평생 서울에 살면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요.

(뭐 공장일 하시는 분들을 무시하는건 아닙니다만, 

딱 그 느낌이 있어요. 못배워서 저렇구나......  자기보다 아랫사람처럼 보이면, 막하고 그런...)

담배를 안에서 피워대질 않나, 바닥에 침을 뱉기도 하고, 

1+1, 2+1을 안챙겨줬다고 몇일동안 몇번이나 다시 와서 하나 더달라고 떼쓰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합니다.

뭐 돈 던지고, 반말하고, 자기들 끼리 시끄럽게 욕하고(뭐 저한테 하지는 않지만)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는 알바생들에게 조언합니다.

그냥 "에휴..븅신들....그니까 니들이 그러고 살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넘기세요.

저는 그랬습니다.

"예예~~ 죄송합니다. 예예~~안녕히 가세요~~" 하고 기계적으로 웃으며 대하면서,

속으로 화가 날 때는, '하..쟤네들한테 화내서 뭐하냐... 오죽 밖에서 굽신거리고 다니기에,

편돌이한테 권위적으로 대하면 뭐 좀 올라가는 줄 알까....ㅉㅉ'

그냥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게 속편해요.

그런걸로 스트레스받고 상처받을 꺼면, 편의점을 포함한 서비스직 하지마시고, 다른 분야로 하시는게 더 나을 겁니다.

저도 한국인이지만, 울나라 사람들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한테 막대하는 거 정말 최고예요.. 그거 종특이라 못바꿔요.

  두달 반동안...


두달 반동안 일을 하면서, 재미있었습니다.

뭐 사실 일이라고 생각도 안들만큼 너무 편하고 쉬운 조건이었습니다.

맘잡고 1시간~1시간 30분이면 알바가 할 모든 일을 다 완벽히 해놓기에 충분하기에, 교대오자마자 후다닥 해놓고, 새벽시간엔 블로그도 하고, 동영상도 보고, 책도 읽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죠.

저처럼 편하게 일을 하는 편의점 알바생도 있겠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속에서 일하는 알바들도 많이 있는 듯 합니다.

요즘은 사회가 이상해져서, 진상손님도 많고, 또 편의점에서 치킨, 오뎅까지 만들어 파는 시대다 보니 일은 고되지고, 돈은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20대 초반 청춘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하고는 있지만 속으로 엄청 삭히고 있다는 것 공감 많이 합니다.

아무리 일자리가 없고 취업이 안되는 세상이지만, 힘들 내시고 조금이나마 일하기 편한 매장 찾아서 좋은 점장밑에서 그나마 스트레스라도 덜 받으며 일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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