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엔 팩트폭행으로 대응해야지


재밌는 경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32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우범지대이자 외국인노동자들이 득실득실한 공단지역에서의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를 마치 인생 낙오자처럼 보는 듯한 안타까움과 동정심, 그리고 무시하는 시선을 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보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그러하겠거니와, 그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들 중 일부도 마찬가지인데요.

어차피 그들의 시선이나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제 인생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임을 알기에 낯선이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던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나,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씩 화가 나기도 하는데요.

특히, 기분 좋은 술자리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의 그러한 행동은 술 맛을 떨어지게 합니다.

몇 달만에 연락되어 술 한잔 같이 하게 된 옛 지인들 중 한명이 친구 자취방에서 기생충마냥 얹혀살면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농담섞인 제 말에 마치 한심하다는 듯이 우리 사회의 취업율과 30대 남성의 인생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떠들더라구요.

그러면서 자신은 지금 월급이 올라서 얼마를 받고 있고, 적금을 들고 있고, 차를 샀고, 조만간 결혼해서 살 집을 대출 조금끼고 마련할 계획이라며 자신은 열심히 살고 있고, 조금씩 그 결과가 보이기 시작한다며 저보고 빨리 정신차리라고 하는 말에 짜증이 확 밀려왔습니다.

'난 그냥 잠깐 쉬면서 용돈이나 벌고 있는건데? 어머니도 집에서 아버지랑 계속 부딪히는 것보다 친구네 가서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잘 생각했다고 하셨고..'

라며 당장 결혼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난 지금 이러고 있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돈은 천천히 한번에 벌면 된다는 제 말에 무슨 인생 몇 배는 더산 선생님이라도 된 듯한 그녀석에 개소리에 열이 많이 받았습니다.


"야. 막말로 우리집 먹고 살만 해~ 서울에 집이 몇개에 지방에 땅도 있구먼.. 그리고 몇 달 있다 다시 해외 나가면 니 월급 두배 이상 받고, 몇년 하다가 아버지도 들어오셔서 운영시작하면 나 마흔 전까지 2~30억은 만질 수도 있어. 걱정 안해줘도 너보다 인생 잘 살 것 같은 각이니까 괜히 사람 기분 잡치는 말 하지 말고 딴 얘기 하면서 술이나 먹고 가~"

라고 하며 그냥 다른 이야기로 넘기며 짜증을 삭혔습니다.

그런데 술이 조금 더 들어가자 이번엔 금수저라며 또 헛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너는 금수저라 대충 살아도 돈이 들어오니 부럽다며, 자기는 흙수저라 자기가 열심히 노력해서 일으켜야 된다는 소리와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는 금수저를 이길 수 없다며 

"내가 정말 X 빠지게 살아도 널 이길 수 없다는게 참 뭣같다."라고 또 시비를 걸기 시작합니다.

저도 술이 조금 들어갔겠다 자연스럽게 또 한마디가 나오더라구요.

"옛날이면 서울로 치지도 않는 은평구에 평생 사는데, 집 몇개 있다고 금수저란 소리를 하는거보니 니가 동수저, 은수저, 금수저도 구분 못할 정도로 서민 흙수저인 건 맞네..

내가 만나본 돈많은 애들은 다 너같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노력하고 더 머리써서 돈 잘 벌던데.. 니가 능력도 없고 배경도 없으면 당연히 돈을 덜벌어야되고 덜 성공해야 하는게 당연한 거야.

아까는 편의점 알바한다고 선생질하며 가르치려 들더니, 지금은 지보다 잘산다니까 배알꼴려서 부모 잘맛났니 뭐니 질투나 쳐하고 있냐? 이젠 내가 좀 가르쳐줄께.

너처럼 남 잘되는 꼴 못보고 능력도 없는게 잘난 척은 하고 싶은 것들 때문에 있는 놈들이 그런거 이용하면서 우리까지 싸잡아 개, 돼지라고 놀리는거야.. 그딴 소리 듣기 싫으면 개, 돼지 짓 그만하고 사람짓좀 하면서 살아라"

라고 하자 화가 났는지 ㅋㅋㅋ 절 때릴 기세로 맹렬한 눈빛을 쏘아대어 실명할 뻔 했습니다.

마치 원피스에서 미호크가 처음 등장할 때의 기세였달까요? 부들부들..

그치만 저도 어차피 저대로 기분이 상했는지라 더욱 막말을 쏘아대었죠.

"그리고 돈 없어서 은행끼고 집 마련할꺼면 니 주제에 맞게 그냥 지방가서 싸게 살어. 사이즈보니까 나중에 그 대출빚 갚는다면서 허리가 휘니 뭐니, 나라 경제가 어떠니 탓하지 말고.. "

그말을 끝으로 기분도 잡치고, 마침 시간도 늦었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같은 서민들끼리 니가 낫네, 내가 낫네. 어차피 도찐개찐이고 윗대가리들 노예짓 하는건 똑같은데 밥하는 노예가 청소하는 노예 잡아먹어봐야 뭐하냐"

라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멋진 마지막 멘트를 날리고 쿨하게 나왔습니다.

쩝..

자정이 조금 넘어 자취방으로 돌아와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자

"그니까 그딴소리 듣고 다니지 말고 빨리 해외로 꺼져서 돈이나 벌어서 쏴~"라고 놀리는 친구와 맥주 한 캔 씩 더하며 한명의 연락처를 삭제한 주말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쌍욕에 각종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등장한 대화였는데, 올리려다보니 허허...마치 교과서에 나올 법한 대화가 되어버렸네요.

누가 잘해쏘 못했고를 떠나서,, 참... 신년이라고 몇달만에 모여서 한잔하는데 그렇게 갑질할만큼 잘나가지도 않은 것들이 잘난 척 아니, 이건 잘난 척도 아니고 세상 모든 일을 다 자기 생각대로만 강요하는게 너무나 보기가 싫었습니다.

제발 좀 술자리에서 자기 가치관, 자기 잣대를 강요하면서 술맛 버리게 하는 사람들 좀 없었으면 좋겠네요.

(이 글을 올리는 것을 본 친구는 니가 맨날 술먹으면 개소리 하는거 알고 있냐고 합니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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