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집에서 계속 있다가는 상황이 안좋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성이 게으른 나에게 어머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전기장판, 그리고 큰 모니터화면은 사우디와 네팔을 다녀와 좀 쉬어야겠다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철없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 바로 핸드폰을 눌렀다.
"나 니네집에서 몇달 지내도 되냐?"
흔쾌히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내어준 이는 20살때부터 만난 절친한 친구이다.
녀석이 몇평 되지 않는 원룸을 전전하며 5년 가까이 자취를 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우범지대인 정왕동은 우리가 5년을 다녔던 대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근 10년가까이 이 곳에 머무는 셈인데, 가장 친한 친구이다보니 나 역시 자주 들르며 이 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했었다.
무튼, 바리바리 큰 캐리어를 들고 감기에 걸려 콧물이 줄줄 흐르는 채로 친구 집으로 가자마자 짐을 풀어놓고는 인근 고깃집으로 향해 조촐한 환영 비스무리한 상황으로 당연스레 술 한잔을 기울인다.
아무 생각없이 낄낄대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작은 공간
지금도 리니지를 하며, "블로그 그거 쓸데없는거 뭣하러 하냐?" 라고 되도 않는 드립을 치고 있는 친구가 참 많이 고맙기도 하다.
선뜻 내어준 침대에서 팬티만 입은채 누워 핸드폰을 깔짝거리며 있다보니 이제 막 추워지기 시작한 날씨가 집떠나 고생을 시작한 내 처지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어서 내년 봄이 오면 좋겠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내년 2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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