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순천에서는 순천남승룡마라톤 대회가 열리곤 합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의 이름을 딴 대회가 있을만큼 한국마라톤계에 큰 별중의 한 분이셨죠.

올해로 17회라는 오랜기간동안 열리고 있는 대회의 주인공이자 비운의 2인자였던 남승룡 선수에 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할까요?

대한민국 마라톤의 계보는 손기정선수에게서 시작됩니다.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수여식에서 인상을 쓴 채,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리는 손기정 선수의 모습은 지금도 국사 교과서에서 항일정신과 나라를 잃은 비극적인 우리민족의 한이 담긴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

온국민이 한번쯤은 보았을 사진에는 주인공인 손기정 선수 외에도 또 한명의 한국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금메달을 딴 손기정선수의 옆(사진상 좌측)에 위치한 동메달리스트이자, 금메달리스트와 함께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있으며, 우리 한국인만 느낄 수 있는 전혀 기뻐하지 않는 표정을 지은 또 한명. 그가 바로 남승룡 선수입니다.



줄곧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사이였던 동갑내기 두 선수의 우정은 마치 소년만화처럼 최정상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달리 오히려 남승룡 선수가 평소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기록되어있습니다.

1932년부터 1935년까지 늘 우승을 차지했었고, 심지어 베를린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은 남승룡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금메달은 친구의 목에 걸려졌고, 2인자의 숙명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길밖에는 없었습니다.

손기정 선수가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리고 침울해 하던 메달수여식에서 남승룡선수 역시 그의 오랜 라이벌과 똑같은 심정으로 한민족의 한을 가슴에 담아내었지만 이를 알아주는 사람은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광복이후 열린 47년 보스턴마라톤에서는 코치가 된 손기정선수와 함께 코치 겸 선수로 출전하여 서윤복 마라토너의 우승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본인 역시 top 10안에 진입할 정도로 연륜을 보여준 남승룡 선수.

고향인 순천을 중심으로 뒤늦게나마 남승룡 재조명사업을 통해 각종 TV, 언론에서도 다뤄지며 그 진가를 다시금 세상에 알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니, 

지금이나마 역사의 뒤로 잊혀져갔던 숨겨진 영웅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에 고인이 된 남승룡 마라토너가 웃음을 띄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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