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세대. 집이 사라지다.
"자기들은 경제부흥기에 기술하나 배워서 돈벌고, 땅투기해서 돈벌고, 대충 깔짝거리면 돈되는 시기에 살았으면서 지금 시대에 한번 살아보라 그래. 지금 젊은이들만큼이나 할 수 있는지..."
몇달전 친구녀석이 소위 '꼰대'들을 비판하며 술자리에서 했던 말이 강렬하게 제게 남아있습니다. 수많은 청년실업자와 저임금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삶을 대할 때마다 마치 한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 있는 것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오포세대. 캥거루족. 하우스푸어 등 비관적인 현실과 희망없는 삶, 그리고 방조와 포기로 정신자위식의 한탄을 보여주는 신조어들이 반진담삼아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전 이런 경제난과 취업난을 체감하진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운이 좋게도 약간의 부동산과 아버지 인맥으로 해외에서 취업도 하게 되었고, 주변의 친한 친구들 역시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월급도 나름벌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런데, 최근의 뉴스들과 동창회, 친구 결혼식 등에서 만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는 참 행운아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처참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평생동안 고생만 하며 적은 월급으로만 살아가야 한다는 불안감과 또 그 불안감을 실제로 겪고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포세대.
연애와 결혼, 자녀, 인간관계에 집까지 포기한 2030대 젊은이를 말하는 신조어.
사실 포기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은 듯합니다. 시간이 없어 연애를 하지 못하고, 돈이 없어 결혼과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인생의 실패라는 자괴감으로 주변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어 낙오자로의 감정을 느끼는 젊은이들.
거기에 천정부지로 올라, 월 400만원씩 10여년을 모아야 서울에 아파트 하나 마련할까말까 한 높은 집값에 내집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대가 저를 포함한 지금의 청년들이 마주하는 거대한 장벽이지 않나 합니다.
한국감정원의 조사결과 9월기준 평균적인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약 5억 5천만원, 이는 통계청 조사기준인 39세 이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인 371만원을 기준으로 12년하고도 반년을 더 저축해야하는 금액입니다. 물론 단돈 100원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모았을 때 말이죠.
이러한 현실의 장벽에 '잘사는' 부모님의 지원이나, 로또 등의 일확천금이 없이 평범한 사회생활로는 내집마련에 대한 꿈조차도 꿔볼 수 없는 시대에 일찌감치 현실을 받아들여 포기하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감히 누가 '꿈이 없고, 노력하지 않는다' 라고 돌을 던질 자격이 있을까요.
누구보다도 더 큰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여야만 하는 20-30대 젊은이들이 그들의 꿈을 펼쳐보기는 커녕, 사회가 만든 거대한 장벽안에서 도태되고 작아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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